먼저 광한루에 오르는 월랑의 귀한대 상부에 용두龍頭) 를 조각하여 끼웠는데 좌측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황룡을 우측에 청룡을 각각 배치하였다. 본루에 오르면 좌측으로 본루와 익루의 연결부인 외진기둥열 기둥머리 상부에 설치된 굵은 부재와 주심도리 받침장여 하부 사이에 뿔 달 린 황룡이 건물을 휘어감은 듯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크게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두 발 에는 여의주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은 시각적 의장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익루의 툇간 3면 기둥 창방 아래에 모양이나 표정 이 각기 다른 11마리의 용두를 조각하여 장식함으로써 유난히 많은 용이 조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용은 예부터 중국에서 신화적이고 영적인 존재로 여겨 왔다. 그래서 용은 가장 장엄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왕을 상징하는 최고의 동물로 여겼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덕을 용덕(龍德), 지위를 용위(龍位), 의복을 용포(龍袍)라 하였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수용되어
임금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 왔고 우리말로는 '미르'라고 하는데 미르는 '물'의 옛말인 '믈'을 어원으로 결국 용은 물을 상징하는 것이다.
용은 3백66종의 온갖 동물 중에 수장이라고 한다. 물을 관장하고 구름을 부리고 비를 내리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하며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如意)는 글자를 풀이하면 여의(如意)는 뜻대로 주(珠)는 구슬이므로 여의주는 '마음대로 하는 구슬'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로 신성시 여겨왔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廣雅)』 익조(翼條)에 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해놓았다.
'용은 인충(鱗蟲)중의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즉, 머리(頭)는 낙타(駝)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鹿), 눈(眼)은 토끼(兎), 귀(耳)는 소(牛), 목덜미(項)는 뱀(蛇), 배(腹)는 큰 조개(蜃), 비늘(鱗)은 잉어(鯉), 발톱(爪)은 매 (鷹), 주먹(掌)은 호랑이(虎)와 비슷하다. 아홉 가지 모습 중에는 9.9 양수(陽數)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銅盤)을 울리는 소리와 같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가 있고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 공작 꼬리 무늬 같이 생긴 용이 지닌 보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상서로운 동물 사령(四靈)으로 기린, 봉황, 영귀, 용을 일컫는데 기린(麒麟)은 신의를 상지하고 봉황(鳳凰)은 평화를 의미하며 영귀(靈龜)는 길흉을 예지하고 용(龍)은 변화를 통찰한다고 하였는데 이 가운데 용을 으뜸으로 꼽았다.
또한 용생구자(龍生九子)라 하여 《용경(龍經)》에 이르기를 '거특제사지수야(去匿除邪之獸也)'라 하여 용은 간특하고 사악한 것을 제거하는 짐승이라 하였으며 용이 낳은 아홉 자식으로 비늘이 있는 교룡(蛟龍), 날개가 있는 것은 응룡(應龍), 뿔 있는 것을 규룡(龍), 승천하지 못한 것 을 반룡(蟠龍), 물을 좋아하는 청룡(靑龍), 불을 좋아하는 화룡(龍), 울기 좋아하는 것을 명룡(鳴龍), 싸우기 좋아하는 것을 석룡(龍), 그 가운데 규룡(龍)을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았다.
일반적으로 용은 궁중에서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였고 불교에서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여겼다. 또한 민간신앙에서는 물을 지배하여 홍수와 가뭄을 주재하는 수신으로 여겼다. 농경 사회에게 있어서 물은 생명과도 같아 일찍이 물을 지배하는 것으로 믿어져 온 용은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벽사 진경의 능력을 지녔다고 믿어왔다.
해안가 어촌에서는 간단한 제물을 차려놓고 용왕에게 가족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의식인 용왕제를 지내왔다. 무 속에서는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여겨 용신신앙(龍神信仰)이 오래전부터 발생하였다.
또한 용은 발가락의 개수에 따라 각기 의미하는 바가 다른데 발가락이 다섯 개이면 황제를 상징하며 네 개이면 제 후를 세 개이면 재상을 상징한다.
경복궁 근정전 천장의 이례적으로 일곱 개의 발이 달린 황룡 두 마리를 장식하였고 덕수궁 중화전 천장에는 다섯 개 발가락을 가진 두 마리의 황룡을 조각하여 왕의 권위를 상징하였다. 이처럼 용은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영물로 꼽히며 권위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여겨왔다.
광한루는 달나라 궁전이다.
광한루 입구에 청허부 현판이 그러하듯 광한루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천상의 신성 땅에 들어 온 것이며 광한루에 오른 것은 옥황상제의 궁전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미 뿐만 아니라 의장성을 높이는 공간으로 아름다움을 특별히 배려한 공간으로 갖가지 용의 모습을 배치함으로써 궁전 즉 월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광한루 외부에 조각된 용은 화재를 방비하는 벽사의 의미로 풀이한다면 내부 익루 출입구에 황룡을 배치한 것은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출처 : 김주완, 『하늘과 달, 그리고 사랑담긴 정원 남원광한루원』76p. (남원문화원 발행)